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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출판사 세운 사회학의 거목 “책 1호는 北 집단의식 해부”

최근 서울 관악구 중민사회이론연구재단 사무실에서 만난 한상진 서울대 명예교수.
그는 “북한이 독재 국가이고 인권 탄압 국가라는 데는 의심의 여지가 없다”며 “하지만 북한에도 나름의 합리성은 존재한다. 그런 지점을 놓쳐선 안 된다”고 당부했다.
/ 최현규 기자


알려졌다시피 한 교수는 한국 사회학계의 거목이다. 전북 임실 출신으로 1970년 서울대 사회학과를 졸업한 그는 독일 빌레펠트대 연구교수를 거쳐 81년부터 모교에서 학생들을 가르쳤다. 한국사회에 “중산층이면서 민중의 정체성을 획득한 시민”인 ‘중민(中民)’의 가치를 퍼뜨렸으며 386세대 연구로도 유명하다. 위르겐 하버마스 등 해외 석학들의 연구 성과를 국내에 소개해 학계에 큰 영향을 끼치기도 했다.

2010년 정년퇴임한 뒤에도 그의 활동은 계속됐다. 특히 최근 한 교수는 이색적인 행보를 보여주고 있다. 출판인으로 변신해 ‘중민출판사’를 세우고 발행인 신분으로 첫 책까지 펴냈다. 책은 북한 주민의 집단의식을 들여다본 작품으로 제목은 ‘붉은 왕조’(표지). 주한 프랑스 대사관에서 2001~2006년 근무한 프랑스 역사학자 파스칼 다예즈 뷔르종이 썼다.

인터뷰를 북한 관련 질문으로 시작한 이유는 이런 배경 때문이었다. 그런데 한 교수는 왜 갑자기 출판사를 세운 것일까. 그 이유를 설명하려면 2016년 9월로 거슬러 올라가야 한다.

당시 그는 중국 베이징대 초빙교수 자격으로 유럽연합이 지원하는 ‘유럽-중국 자유주의 비교연구’에 참여해 프랑스 남부에 있는 액스-마르세유대에 머물고 있었다. 현장에서 만난 한 경제학자는 점심을 먹는 자리에서 한 교수에게 얼마 전 읽은 북한 책 이야기를 꺼냈는데, 문제의 작품이 바로 그해 3월 프랑스에서 출간된 붉은 왕조였다.

한 교수는 책을 구해 읽으면서 신선한 충격을 받았다고 한다. 붉은 왕조에는 “동서양을 넘나드는 시각”이, “독재왕조체제의 부조리와 모순을 사정없이 파헤치는” 내용이 담겨 있었다. 한 교수는 한국어판 서문에 이렇게 적었다.

“이 책은 처음부터 북한 주민들의 자발적 복종을 북한 역사 연구의 핵심으로 삼았다. 자발적 복종의 방점은 자발성에 있다. 그 복종을 북한 독재정권이 강제한 것, 또는 대중의 공포심 등으로 설명하는 것만으로는 북한 체제의 특성을 설명할 수도 없고 대중심리를 이해할 수 없다는 것이었다. 어떤 흥미로운 논쟁이 기저에 흐르고 있다는 느낌을 받았다.”

그래도 궁금증이 완전히 사라지진 않았다. 해외의 양서를 국내에 소개하고 싶다면 다른 출판사에 제안하는 것만으로도 충분했을 것이다. 그런데 한 교수는 직접 출판사를 차려 책을 펴냈다. 이유는 무엇일까. 한 교수는 “특별한 생각 없이 벌인 일”이라며 열없이 웃었다. 그러면서 “출판인으로 변신한 게 ‘외도’라고 생각하진 않는다”며 “출판사를 세웠으니 이제 나의 책도 꾸준히 펴내고 싶다”고 했다.

“그동안 굉장히 많은 글을 썼어요. 하지만 단행본을 출간한 적은 별로 없었죠. 해외 저널이나 매체에만 발표했을 뿐이에요. 그런데 언젠가부터 ‘나의 책’을 꾸준히 내야겠다는 사명감 같은 게 생기더군요. 당장 5월에는 ‘한반도 탈바꿈과 제2의 광복’이라는 신간을 펴낼 계획입니다. 붉은 왕조 책날개에 보면 앞으로 낼 다른 열두 권의 리스트도 적혀 있어요.”

한 교수는 상아탑에만 머문 학자는 아니었다. 김대중정부에서는 한국학중앙연구원 전신인 한국정신문화연구원에서 원장을 지냈다. 제18대 대선이 끝난 뒤에는 민주통합당에서 대선평가특별위원장을 맡았었다. 국민의당 창당준비위원회에서는 윤여준 전 환경부장관과 함께 공동위원장을 지내기도 했다. 다시 정치에 관여할 의향이 있는지 묻자 한 교수는 “이젠 시간이 없다”며 손사래를 쳤다. 문재인정부에 대한 평가를 묻는 질문엔 “(민주통합당 대선평가특별위원장을 지내면서) 더불어민주당의 민낯을 확인한 적이 있다. 강력한 내부 응집력, 상대를 배척하는 강한 자기 확신, 자기중심적인 합리화…. 문재인정부는 이런 것들을 버리면서 상대방을 배려해야 한다. 아무리 야당이 미워도 야당과 함께 가야 한다”고 주문했다.

강단을 떠난 지 10년이 다 돼 가지만 여전히 한 교수는 그 어떤 학자보다 활발하게 활동하고 있다. 비결을 묻는 질문에 그는 웃으면서 이렇게 답했다. “과거에 내놨던 저의 이론들을 살펴보니 이것들을 잘 정리하면 새로운 연구의 틀을 만들 수 있겠다는 희망 같은 게 생기더군요. 멋있게 잘 해낼 수 있을 것 같으니 계속 바쁘게 지내게 돼요(웃음).”

박지훈 기자 lucidfall@kmib.co.kr


원문:  http://news.kmib.co.kr/article/view.asp?arcid=0924067792&code=13110000&cp=nv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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